혹시 ‘어차피 자진퇴사니까 실업급여는 안 되겠지’라며 먼저 포기하고 계신가요? 하지만 법적으로 인정되는 단 1가지 예외 조건에 해당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당신의 퇴사가 ‘정당한 권리’가 될 수 있는 그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자진퇴사하면 무조건 실업급여 못 받는다"... 정말 그럴까요?
아닙니다. 자진퇴사를 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습니다.
얼마 전, 저희 팀의 한 후배가 잔뜩 어두운 얼굴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상사의 인격 모독과 과도한 업무 지시 때문에 더는 버티기 힘들다면서요. 하지만 당장 그만두면 다음 월급부터 막막해질 현실에, 매일 밤 잠을 설친다고 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실 겁니다. ‘자진퇴사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을 지겹도록 들었기에, 부당한 상황을 그저 참고 견디거나 모든 경제적 어려움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막막함에 휩싸여 있겠죠.
📝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대부분의 경우 실업급여는 비자발적 퇴사자를 위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법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구체적입니다. 근로자가 더 이상 정상적으로 회사를 다니기 어려운 ‘정당한 이직 사유’가 있다면, 스스로 사직서를 썼더라도 비자발적 퇴사에 준하는 것으로 인정해 줍니다.
즉,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당신의 퇴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당신은 실업급여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당신의 퇴사가 '정당한 이직'이 되는 유일한 조건: 내 상황 확인하기
그렇다면 어떤 경우가 ‘정당한 이직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별표 2]에는 그 조건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 용어는 너무 복잡하죠. 당신이 이해하기 쉽게 몇 가지 핵심 카테고리로 나누어 정리해 드릴 테니, 내 이야기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한번 확인해 보세요.
1. 회사가 약속을 어기거나 법을 위반한 경우
혹시 이런 상황은 아니었나요? 회사의 명백한 잘못이 당신의 퇴사 사유라면, 가장 강력한 ‘정당한 이직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2. 직장 환경이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수준인 경우
월급이나 근무 조건은 괜찮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을 둘러싼 환경이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다면, 이 또한 중요한 사유가 됩니다.
3. 피치 못할 개인적인 사정이 생긴 경우
때로는 회사 밖의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퇴사를 결정해야만 합니다. 이런 불가피한 상황 역시 법은 보호해 줍니다.
⚠️ 가장 중요한 것: 객관적인 증거
위의 어떤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입니다. 고용센터는 당신의 말만 믿고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서류와 자료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내 이야기'라는 확신이 섰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위 체크리스트를 통해 '어, 이거 내 얘긴데?' 하는 항목을 발견하셨다면, 이제 싸움을 준비할 시간입니다. 감정적인 호소 대신, 당신의 주장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총알', 즉 증빙 자료를 모아야 합니다.
1단계: 나의 주장을 증명할 '증거' 수집하기
퇴사 사유에 따라 필요한 서류가 다릅니다. 아래 목록을 참고하여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확보하세요.
| 퇴사 사유 | 필요 서류 (예시) |
|---|---|
임금체불, 근로조건 저하 |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입금내역, 체불확인원 등 |
직장 내 괴롭힘 |
녹취, 카카오톡/메신저 대화, 동료 진술서, 정신과 진료기록 등 |
질병/부상 |
'업무수행 곤란' 소견이 담긴 의사 진단서, 사업주의 '휴직/전환 불가' 확인서 |
통근 곤란 |
주민등록등본(주소 이전 내역 포함), 지도 앱 경로 검색 결과 (3시간 이상 소요 증명) |
2단계: 퇴사 전후, 회사에 명확히 요청하기
퇴사를 결정했다면 회사에 '이직확인서'와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서' 처리를 요청해야 합니다. 이때 상실 사유(퇴사 코드)가 '개인 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가 아닌, 구체적인 사유로 기재될 수 있도록 협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회사가 비협조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도 괜찮습니다. 증거만 확실하다면 고용센터에서 최종 판단을 내립니다.
3단계: 고용센터에서 전문가와 상담하기
증거 자료가 준비되었다면, 이제 전문가를 만날 차례입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당신의 거주지 관할 고용센터를 방문해 실업급여 담당자와 상담하세요. 당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급 자격이 되는지 최종적으로 확인받는 과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아닙니다. 계약직 근로자가 계약 기간이 끝나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된 경우는 '자진퇴사'가 아닌 '비자발적 퇴사'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다른 수급 요건(고용보험 가입 기간 등)을 충족한다면 당연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권고사직은 회사의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근로자에게 퇴사를 '권유'하고 근로자가 이를 '수락'하는 형태입니다.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이는 회사의 제안에서 시작된 비자발적 퇴사로 인정되어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직확인서의 퇴사 코드가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퇴직' 등으로 명확히 기재되어야 분쟁의 소지가 없습니다.


